'혹'
link
관리자 2021-09-29
자궁 혹 떼어낸 게 엊그제인데
이번엔 유방을 째자고 한다.
누구는 이 나이 되면 힘도 권위도 생긴다는데
내겐 웬 혹만 생기는 것일까
혹시 젊은 날 옆집 소년에게
몰래 품은 연정이 자라 혹이 된 것일까
가끔 아내 있는 남자들 훔쳐봤던 일
남편의 등뒤에서 숨죽여 칼을 갈며 울었던 일
집만 나서면 어김없이
머리칼 바람에 풀어 헤쳤던 일
그것들이 위험한 혹으로 자란 것일까
하지만 떼어내야 할 것이 혹뿐이라면
나는 얼마나 가벼운가
끼니마다 칭얼대는 저 귀여운 혹들
내가 만든 여우와 토끼들
내친김에 혹 떼듯 떼어버리고
새로 슬며시 시집이나 가볼까
밤새 마음으로 마음을 판다
문정희
연관 키워드
인생,
파경,
아름다운지느러미,
신달자시인,
신달자,
라이너마리아릴케,
사랑,
김대규시인,
당신,
좋은글,
정용주시인,
늙어가는아내에게,
비,
관리자,
명보극장,
이팝나무,
귀천,
강만수,
망각,
미라보다리